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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문학] 「아무튼, 달리기」

미림 :-) 발행일 : 2023-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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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달리기

 
아무튼, 달리기
_달릴수록 더 나은 사람이 된다 아무튼 시리즈 서른세 번째 이야기는 달리기이다. ‘나가서 달려나 볼까?’ 온전히 달리기만을 위해 집을 나선 그날 밤, 느닷없이 허술하게 시작된 달리기. 그로부터 매일 밤 이어진 서툰 자신과 마주한 날들. 몰랐다. 그로부터 5년 동안 5,000km를 달리게 되리라곤. 잠수교와 송정제방길에서 뜀박질을 하고, 파리에서 쇼크로 쓰러지고, 오사카에서 홍콩 러너들과 함께 달릴 줄은.『아무튼, 달리기』는 달릴 때마다 조금씩 더 나은 사람이 된 것 같다는 착각 혹은 위로 속에 살아가는 ‘외콧구멍 러너’의 이야기다.
저자
김상민
출판
위고
출판일
2020.09.25

 

「아무튼, 달리기」를 읽고

 광진구 마라톤이 있던 날, 대회 집결지인 뚝섬유원지 수변공원까지 지하철로 꼬박 1시간을 가야 했다. 평소 같았으면 유튜브를 보거나 잠을 잤을 텐데, 자기 계발에 푹- 빠져 변화를 다짐해서일까. 이동 시간을 내가 성장하는 시간으로 만들고 싶어 책을 읽었다. 대학원 입학을 앞둔 시점에서 스포츠 교육학 공부를 하며 <스포츠 리터러시>, <코칭이란 무엇인가> 등의 책을 읽고 있던 터라, 밀리의 서재에서 달리기/마라톤에 관련된 책을 검색해 보았고, 그중 「아무튼, 달리기」가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대학원 준비를 하며 "인문적으로 운동하기"의 개념과 중요성에 대해 공부하고 있어서, 마라톤을 앞둔 시점 읽기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 

 

  어느새 220페이지에 달하는 책을 집결지에 가기도 전에 다 넘긴 나를 발견하였다. 읽는 동안 러너로서 공감되는 부분이 나와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였고, 저자의 경험과 관련된 나의 달리기 경험이 생각나 잠시 생각에 잠기기도 하였다. 나 또한 달리기를 좋아하여 아침 또는 퇴근 후에 자주 뛰고 마라톤 대회를 나가곤 하는데, 주변에서 "힘든데 대체 왜 달려?"라는 질문을 많이 받곤 했다. 생각해보면 1학년인 20살 때 체력검정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으로 뛰게 되었지만, 그 이후 나의 달리기의 이유는 '내 뜻대로 되는 게 달리기밖에 없어서'였던 것 같다. 계획을 세우고 그에 따라 움직이는 걸 좋아하는 내가 생활하기엔, 변수와 우발상황이 너무 많았다. 갑작스러운 일과 변경이나 업무 중 불가피한 야근 등으로 나의 계획이 틀어질 때, 파워 J로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스트레스를 받게 되니 일하는 내내 나의 시선과 생각이 삐딱선을 타기 시작한다. 그렇게 하루를 끝낸다면, 그날의 하루가 엉망으로 기억되고 찝찝하게 마무리된다. 하지만 그 순간 내가 뛰기로 했던 거리나 시간을 무작정 달리고 나면, 달리고 나서의 성취감과 뿌듯함이 부정적 감정들을 몰아내주었다. 세상에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들이 정말 많은데, 달리기는 내게 주어진 두 다리만으로 내 뜻대로 움직여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업무 중 속상한 일이 있을 때 하루를 달리기로 마무리 짓는다. 비슷한 맥락으로, 이것이 내가 모든 스포츠를 사랑하는 이유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책의 저자도 달리기를 하며 비슷한 경험을 한 것 같다. 

 

 

자존감 회복은 위대한 성과만으로 가능한 게 아니다. 오히려 일상에서 마주치는 작은 성취가 금 간 마음의 빈틈을 메우고, 그런 성취들이 모여 단단한 삶의 방파제가 되어준다. 짧은 거리라 할지라도, 혹은 빠른 속도가 아니더라도 스스로 세운 목표를 어떻게든 달성할 때면 어김없이 자기애를 손에 쥐었다. 일상의 끄트머리에서 움켜쥔 그 성취를 이불 삼아 불안에 떠는 몸을 녹이고 유독 길었던 하루에 마침표를 찍곤 했다.
- 아무튼, 달리기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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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리다보면 느끼는 거지만, 달리기는 우리의 인생과 많이 맞닿아있다. '인생은 마라톤이다.'라는 말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달리기와 우리 삶은 꽤나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때문에 나는 달리기를 하며 인생을 배워왔다. 읽으면서 가장 생각났던 나의 러닝 에피소드는 '오버 페이스'에 관한 것이었다. 코로나가 창궐하기 바로 전년도인 2018년의 난 10KM 마라톤을 매주 신청해 달렸었다. 주말 외출, 외박의 시작이 항상 10km 마라톤 참가였고, 날로 기록이 좋아졌다. 좋아지는 기록을 보니 저절로 기록과 입상에 대한 욕심이 생겨 다음 대회에서 시작신호와 함께 기존에 뛰던 페이스보다 훨씬 빠르게 치고 나갔다. 5km까지는 괜찮았지만, 이후부터 하체가 급격하게 아파오고 호흡이 가빠지며 왼쪽 복부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흔히 오버 페이스를 하면 아파지는 곳이었는데, 이 통증 때문에 온전하게 뛸 수 없었고 엉거주춤 이상한 자세로 달리며 겨우 10km를 완주했다. 업무에 관한 것이든, 사람과의 관계에 관한 것이든 각자에게 훈련되고 알맞은 페이스가 있다. 러닝 페이스를 높이려면 꾸준한 인터벌과 LSD와 같은 훈련을 해야 하는 것처럼, 내가 원하는 분야의 페이스를 높이려면 그에 맞는 훈련이 필요하다. 오버 페이스는 훈련보다 욕심이 앞설 경우 발생하고, 참담한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삶에도 사람마다의 페이스가 존재한다. 남들보다 조금 더 빠를 수도 혹은 느릴 수도 있지만 그건 중요치 않다. 우리는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내게 맞는 최적의 페이스, 다시 말해 가장 나다운 삶의 속도와 방식을 이미 알고 있다. 그 페이스로 각자의 크고 작은 목표에 닿기 위해 하루하루 힘겨운 레이스를 이어간다. 
- 아무튼, 달리기 中

 

  '러너스 하이'를 들어보거나 경험한 적이 있는가? 네이버 국어사전에 따르면, 러너스 하이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30분 이상 뛰었을 때 밀려오는 행복감. 헤로인이나 모르핀을 투약했을 때 나타나는 의식 상태나 행복감과 비슷하다. 다리와 팔이 가벼워지고 리듬감이 생기며 피로가 사라지면서 새로운 힘이 생긴다.' 나 또한 러너스 하이를 경험한 적이 있다, 2021년 코로나가 한창이어서 헬스장도 못 가고 퇴근 후 집에서만 시간을 보내던 당시, 나는 '미라클 모닝'을 실천하고 있었다. 4시에 일어나 명상을 하고 차를 마시고 책을 읽은 후 달리기를 하며 아침을 맞이했다. 여느 아침과 같이 운동화를 신고 달리기를 하러 나섰다. 이 때 한창 아이유의 <Strawberry moon> 노래가 나와 달릴 때 종종 듣곤 했는데, 그날은 뭔가 다른 날과는 달랐다. Strawberry moon을 들으며 달리는데 온몸이 가벼워 구름 위를 달리는 느낌이었고, 달리는 도중 나의 자존감은 이제껏 경험한 적이 없을 만큼 하늘을 찌르는 듯했다. 아침을 활기차게 열고 있는 나 자신에 대한 자기애와 자존감과 함께, 달리는데 오히려 몸이 가벼워지고 힘이 생기는. 그런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경험을 했다. 이때의 기억 때문에 아직도 아이유의 strawberry moon을 들을 때마다 그날의 러닝이 생각난다. 아직도 그때의 경험과 감정이 생생하다. 빈번하진 않지만, 러닝을 하며 얻게 되는 좋은 경험들이 내가 지금껏 달릴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준다.

 

  「아무튼, 달리기」 덕분에 마라톤을 뛰러 가기 전, '인문학으로 마라톤'을 할 수 있었다. 책을 읽는 내내 마라톤과 관련된 경험들이 떠올라 오늘 대회를 무사히 완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용기를 얻을 수 있었고, 마라톤의 정신적 측면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었다. 운동은 몸으로 하는 것이라던 나의 고정관념에 일차적으로 「스포츠 리터러시」가 균열을 만들어주었다면, 「아무튼, 달리기」를 읽어보며 경험한 "인문적 체육"은 고정관념을 산산조각내버렸다. 내가 좋아하는 운동을 보다 더 넓게 향유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바로 인문적 체육이라는 것을 직접 경험을 통해 깨달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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